베스트 닥터 WHO -뉴시스 이코노미 4월호
갑상선암 수술 1인자
서울대 윤여규 교수
최근 여성 암 발병률 중 1위를 차지하는 분야가 갑상선암이다. 서울대병원과 분당 서울대병원을 오가며 1년에 약 1200명 가량의 환자 수술을 담당하는 윤여규 교수(59).
갑상선암 환자들의 목부위 절개수술 대신 국내 최초로 내시경을 활용한 수술기법을 적용해 성공을 거둔 장본인이자 갑상선암에 관한한 국내 최고의 권위자이다. 윤 교수의 시술법은 양쪽 겨드랑이와 유두 부근에 짧은 절개로 수술 후 남는 흉터를 최소화 한 신기술이다. 최근에는 유두 부근 대신 양쪽 귀밑을 절개하는 수술방법도 사용한다고 한다.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직도 맡고 있는 윤여규 교수를 만나 갑상선암의 치료방법과 외과 분야의 문제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윤여규 교수와의 일문일답
▲갑상선암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갑상선암은 예후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즉, 다른 암에 비해 진행이 느리고 생존율이 높은 암이다. 하지만 처음에 적절한 수술적 치료가 시행되었다는 전제가 있어야 예후가 좋은 암이라 할 수 있으며, 다른 암에 비해 장기간 경과 후에도 재발의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환자의 관심과 의료진의 추적관찰이 필요한 병이다. 최근 건강 검진의 증대 및 진단 기술의 발달로 갑상선암이 급격히 증가하여 2005년도 우리나라 신규 암환자 수 조사에서 여성에서 1위, 전체에서 5위로 집계 됐다. 갑상선암은 수년전부터 여러 암 중에서 증가율 1위였고 급기야 한국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되었다.
▲갑상선암의 원인은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아직 그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중년이후의 여성에게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그러므로 중년이후의 여성은 증상이 없더라도 갑상선암에 대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 어렸을 때 두경부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에게서 20년이 지난 후에 갑상선암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러한 요인 없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갑상선 수질암의 일부는 유전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갑상선암에서는 유전적 영향은 없다.
▲갑상선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일반인들이 실제 생활에서 감상선암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뚜렷한 예방수칙이나 검진 기준은 아직까지 없다. 단 갑상선 수질암의 일부는 유전적으로 발병하므로, 가족 중에 수질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는 모든 암에서 그렇듯 조기발견이 중요하므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통한 건강검진이 권장되고 있다.
▲갑상선암이 전이되면 어느 부위로 전위되나
-주로 폐암이나 뼈 등으로 전위된다. 다른 암들은 1기나 2기로 나눠지지만 갑상선암은 위험군과 비 위험군으로 나눠진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수술 후 결과가 좋은 편인데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또 암이 있으면 수술시 모두다 잘라버리려고 하는데 남은 것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동위원소 치료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부족한 병원에서는 암을 모두 잘라내지 않는다고 들었다. 원칙은 모두 자르는 것인데 기술적으로 부족하면 모두 제거를 하지 않는다. 또 병원에 입원한 갑상선 환자들을 위해 매주 목요일마다 무료강의를 해 도움을 주고 있다.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방법을 처음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 2004년 2월부터 시행해 지금까지 600명 정도 수술한 것 같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건강 개념의 변화, 갑상선 질환의 조기진단 증가, 그리고 외과용 첨단장비의 발달이 토대가 되어 기존의 목 아래 부위에 절개를 가하는 수술법 대신 흉터가 적게 남는 다양한 수술법이 고안되었다. 양측 유륜 주위와 겨드랑이에 작은 절개를 한 후 내시경과 초음파절삭기구를 사용하는 절제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양쪽 유륜의 경계를 따라 10~15mm의 절개선을 넣고 피부 밑을 박리한 다음, 인체에 무해한 이산화탄소가스를 주입하여 수술도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양쪽 겨드랑이의 주름에 각각 5mm정도의 절개를 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수술도구를 삽입한 후 갑상선 절제를 진행한다. 이는 갑상선 전체를 절제하기에 용이하여 갑상선암의 근치적 수술이 가능하게 된다.
▲기존의 방법과 비교해서 어떤 장점이 있는가
-내시경 갑상선 수술은 충분한 시야 확보가 가능해 안전하고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게 된다. 절개선이 양쪽 대칭이기 때문에 갑상선 양쪽에 여러 개의 종양이 있는 경우나 초기 갑상선 암으로 갑상선절제술이 필요한 경우 용이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시경갑상선수술법 중 미용적으로 가장 우수하다는 강점도 가지고 있다.
▲모든 환자에게 다 적용되나
-주로 양성종양 및 일부 초기 갑상선 암 환자들에게 미용적으로 월등한 결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고 내시경 절제수술이 최선이 아닌 경우도 있다. 내시경갑상선절제술을 받을지는 담당 외과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하지만 크기가 매우 큰 양성 갑상선결절이나 주변조직으로 침윤이 의심되는 갑상선암, 심한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는 갑상선암, 또는 유방암 수술 후, 경부에 방사선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내시경갑상선수술을 시행하기 어렵다.
▲갑상선암도 수술 후 재발이나 휴유증이 뒤따르나
-갑상선 수술도 다른 수술과 마찬가지로 수술 후에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갑상선 수술은 전신마취 하에 시행되며, 수술 후 합병증은 갑상선 수술 자체와 관련된 합병증과, 전신마취에 따른 합병증으로 나눠 발생할 수 있다. 갑상선 주변에는 성대의 운동과 관련된 후두신경과 혈액 내 칼슘량을 조절하는 부갑상선이 위치해 있고 혈관들이 조밀하게 분포하고 있어, 갑상선 수술의 경험이 부족한 외과의사가 시술하는 경우 자칫 수술과 관련된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갑상선 질환을 전문으로 수련한 외과의사에게 수술을 받는다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안전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대한외과학회의 이사장직도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과분야의 당면과제는
-세계적으로 최고인 우리나라 외과의 수준과는 다르게 외과 의사들의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현재 인력부족의 문제로 외과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과 의사들은 대부분 1년에 1000건 정도의 수술을 감당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환자들의 수술 대기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나 또한 너무 바쁘게 일만하다보니 개인적인 연구시간이나 강의준비를 하는 것도 어려울 때가 있다.
▲외과 의사들의 지원이 적은 이유는
-외과는 수련기간이 다른 분야보다 길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의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기도 힘든 분야이다. 이 때문에 다른 부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환자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으로 일을 해야지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면 너무 힘들어서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또 소위 보답을 가지고 일하면 하기 어렵다. 보람으로 생각하고 부담감이나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렇게 외과의사의 상황이 힘들게 돌아가니 외과를 지원하는 의사들도 더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있는 것인가
-간단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구조조정해서 인건비를 많이 만들어 내면 된다. 건강보험은 행위항목별로 수가산정 방법의 체제로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진료와 그렇지 못한 진료사이에 불균형이 생긴다. 생명을 다루는 진료와의 가치를 상향조정해 적극적인 보호육성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생활수준은 유럽이나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까지 발전했지만 외과 의사들이 받는 의료비는 그들의 7분의 1정도 이다. 의사들에게 사명감을 강조하기 전에 그에 맞는 대우가 더 먼저 필요하다. 특히 갑상선암의 경우에는 방사선동위원소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 치료를 개인병원에서 하게 되면 막대한 비용으로 병원이 손해를 보게 된다. 또 큰 병원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있기 때문에 개인병원에서는 병원의 운영 자금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병원이 없는 실정이라서 환자들은 마냥 몇 개월씩 기다리고 있다. 이를 위한 정부의 뚜렷한 보조가 없어서 힘든 상황인데 외과 의사들의 현실을 위한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
▲인턴과 레지던트시절이 많이 힘들다고 들었는데
-사실 일당으로 따져봤을 때 근로노동에 맞지 않는 임금이다. 레지던트들이 200만원을 받고 20시간을 일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아무리 인턴이나 레지던트 시절이 힘들다고 하지만 근무시간을 나눠 철저히 지킨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간호사들의 예를 들었을 때 정규 근무시간이 있어서 근무시간이 지나면 미련 없이 퇴근한다. 의사들도 그렇게 하면 좋지만 절대 수급이 부족해서 힘든 현실이다. 지금의 인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 의사의 수보다 3배 더 뽑아야 하는데 하지만 그럴 경우 그들의 임금을 해결하지 못해 병원이 문을 닫거나 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외과는 사람을 살리는 과다. 이대로 간다면 점점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수가를 올려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환자를 대하는 방법은 어떻게 하나
-나는 매우 솔직한 사람이다. 결코 환자에게 거짓말은 안한다. 우리는 특히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한번 신뢰를 잃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록 선의의 거짓말일지라도 거짓말은 안하려고 한다. 또한 환자를 대할 때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환자에 대한 애착과 사랑으로 해야지 어쩔 수 없이 하라고 하면 못 할 일이다. 소위 환자를 치료하는 데 보답을 바라고 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이 일을 한다고 해서 다른 의사들보다 돈을 더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을 보람으로 생각하고 부담감이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이 아프면 마음도 아파지기 마련이다. 만약 환자가 짜증을 내도 환자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려고 생각한다.
▲긴 시간을 외과의로 일해 왔는데 힘들었던 만큼 많은 보람도 많았을 것 같다. 기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레지던트 1년차 일 때 즉 전문의 때 차트를 기록했었다. 그때 나는 환자와 보호자와 함께 주치의 일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죽어 버린 적이 있었다. 충격으로 한 달 동안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환자 가족들이 장례를 치른 후 고맙다고 찾아와 인사를 왔었다. 물론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환자가 죽은 것 때문에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환자에게는 나만 잘한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
▲평소 제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강의를 하거나 평소에 만나는 외과의들에게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은 40대가 되기 전에는 뒤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라고 충고한다. 처음에 교수가 되서 TV에도 나오고 뉴스에도 나오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남이 칭찬하면 기분이 좋고 환자들이 나에게 크레임을 걸면 기분이 나빠졌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내가 사람들에게 너무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모든 것들이 귀찮아졌다. 또 후배들에게 '환자는 나의 증거'라는 말을 한다. 이는 내가 환자에게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환자의 상태가 달라진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을 키워주고 싶은 나의 마음이다.
-- 윤여규 교수는
윤여규 교수는 1949년 생으로 1975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8년부터 1983년까지 서울대 의과대학 일반외과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1983년부터 1987년까지 경희대 의과대학 일반외과 전임강사를, 1989년 9월부터 1995년 서울대 의과대학 일반외과 교수로 활동해오고 있다. 1992년부터는 서울대병원 응급처치부장, 외과중환자실장, 응급의학과장, 외과학교실 주임교수, 외과과장 등을 역임했었다.
윤 교수는 1995년부터 국방부 군의무자문관, 주한미국대사관 자문위원 등을 거쳐 1998년부터 서울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고문, 행자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대한응급의학회 회장, 대한외상학회 회장, 대한내분비외과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대한외과학회 이사장과 대한재난응급의료협회 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윤 교수의 저서로는 ‘임상영양학(CLINICAL NUTRITION)’ ‘2008 갑상선암이보인다’ 등 다수. 노모를 모시고 사는 윤 교수는 부인 박난희(56) 여사와 1남1녀. 취미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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